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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겨울 사과의 대명사, 부사사과의 모든 것

by 아리스토텔 2025. 3. 27.

얼마나 알고 계세요? 부사사과 이야기


사과 좋아하시나요?


사과는 우리 식탁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과일 중 하나입니다. 간식으로도 좋고, 요리에 넣어도 좋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호불호 없이 사랑받는 과일이기도 하죠. ‘과일 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분들이 주저 없이 사과라고 답하실 겁니다.

하지만 사과는 단순히 익숙한 과일이 아닙니다. 품종, 산지, 출하 시기, 저장 방식에 따라 맛과 품질이 확연히 달라지는 섬세한 과일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사과의 대표 주자인 부사사과에 대해 조금 깊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부사는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 식탁의 중심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이 과일을 고를 때 꼭 알아야 할 정보는 무엇일까요?

1. 부사사과는 어떤 품종일까요?


부사는 일본의 대표적인 품종인 ‘후지(Fuji)’에서 유래한 품종입니다.


정확히는 ‘국광’과 ‘데리셔스’를 교배하여 개발한 일본 후지 품종을 우리나라 기후에 맞춰 도입해 재배한 것이 바로 부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후지’의 한자식 표기인 부사(富士)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품종 개량과 재배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부사계열 품종이 생겨났고, 지금은 겨울 사과의 대표주자로 확실히 자리 잡은 품종입니다.

부사사과는 일반적으로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좋으며, 아삭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잘 익었을 경우 14Bx 이상의 고당도를 보이며, 육즙도 풍부합니다.


겉모양은 밝은 홍색을 띠며, 표면이 매끈한 편이고, 모양이 단단하게 잘 잡혀 있어서 제수용, 선물용 모두에 적합합니다.

2. 부사사과는 어디서 자랄까요?


부사사과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재배되지만, 특히 경북지역에서 많이 생산됩니다. 대표적인 산지는 문경, 영주, 청송, 예천 등지이며, 기온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은 지역일수록 부사의 당도와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북 지역 외에도 충북 제천, 충남 예산, 전북 장수 등 중부 내륙 지역에서도 많은 양의 부사가 출하되며, 각 산지마다 맛과 향의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사과는 같은 품종이라도 어느 산지, 어떤 농가에서 어떻게 재배되었느냐에 따라 품질 편차가 크기 때문에, "어디 부사가 제일 맛있어요?"라는 질문은 농업인 입장에서는 참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방법을 드리자면, 저장된 사과는 수확 시기보다 산지가 더 중요합니다.
저장관리를 잘하는 농가, 물류 환경이 안정된 지역의 사과가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습니다.

 


3. 사과는 에틸렌 발생 과일입니다


사과는 대표적인 에틸렌 발생 과일입니다.


에틸렌은 과일이 익을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식물 호르몬으로, 숙성을 빠르게 유도합니다. 이 말은 즉, 사과는 다른 과일의 숙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와 바나나, 키위를 함께 두면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때문에 바나나와 키위가 빨리 익습니다.
반대로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고 싶은 과일이 있다면 사과와는 떨어뜨려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사과는 예전부터 숙성유도용으로도 쓰였습니다.
덜 익은 감, 키위, 아보카도 등을 사과와 함께 봉투에 넣어두면 자연스럽게 빠르게 후숙이 되기 때문이죠.

다만, 저장 사과 역시 에틸렌을 지속해서 방출하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냉장보관이 기본이며, 봉투에서 꺼내어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4. CA 저장이란 무엇인가요?


우리가 겨울에 수확한 부사사과를 이듬해 봄, 심지어는 초여름까지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CA 저장 기술 덕분입니다.
CA저장은 Controlled Atmosphere, 즉 조절된 대기 저장이라는 뜻으로, 사과를 저장하는 공간의 온도, 산소, 이산화탄소, 습도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여 사과의 호흡을 지연시키는 기술입니다.

사과는 수확 후에도 생물처럼 호흡을 계속하는데, 이 호흡이 빨라지면 사과는 더 빨리 노화되고 맛도 떨어집니다.
CA 저장의 핵심은 사과의 호흡을 억제하고 노화를 늦추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냉장 저장보다 신선도 유지 기간이 길고, 당도와 식감도 더 오래 유지됩니다.
특히 4월 이후에 유통되는 부사사과는 대부분 이 CA 저장을 통해 보관된 사과이며, 이 기술 덕분에 여름철까지도 신선한 사과를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5. 마무리하며


부사사과는 단지 ‘겨울에 먹는 사과’ 정도로 간단히 설명하기엔 아쉬운 품종입니다.


기후 변화에 맞춘 재배기술, 품질 유지를 위한 저장 방식, 그리고 다양한 부사계열 품종의 개발까지.
하나의 품종이 이토록 오랫동안 시장의 중심을 지켜온 이유는 그만한 매력과 품질, 그리고 소비자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과가 맛있는 이유는 ‘잘 익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품종이 바로 부사사과입니다.
산지, 품종, 저장기간, 유통방식 등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진짜 맛있는 사과를 만날 수 있겠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드는 한 알의 사과 속에는 품종 선택부터 수확, 저장, 유통까지 수많은 농업인의 정성과 기술이 녹아 있습니다.
특히 부사사과는 기후와 지역의 조화, 저장 기술의 발전, 그리고 끊임없는 품종 관리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결과물입니다.

앞으로 마트나 시장에서 사과를 고를 때, 겉모양뿐만 아니라 어느 시기, 어떤 저장을 거쳤는지, 그리고 산지와 품종의 특징이 무엇인지도 함께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먹는 사과 한 알은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질 겁니다.
부사사과,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우리 농업이 이뤄낸 성과이자 자부심입니다.